[금산신문 2004. 12. 23. 기고]

(4) 금산·도바타 히가시 클럽 합동주회 모습과 기타큐슈 관광

버스로 숙소인 고쿠라 리가 로얄호텔에 돌아오니 오후 4시 30분.
6시 반에 개최되는 합동주회까지 두시간이 남았기에 우리 일행은 잠시 쉬고 옷도 갈아 입기 위해 잠시 해산.

금산에서 떠나기 전 날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
85세의 나이로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시는 것으로 유명하시고, 과거 새서울 로타리클럽의 회장을 역임하신 아버지께서 5일간의 오사카 여행에서 돌아오신 바로 다음 날 내가 일본을 간다니까 합동주회 장소와 시각을 물으셨는데, 말씀드리면서 내 머리 속에 떠오른 생각은 '당신께서 혹시 이 곳에 혜성과 같이 나타나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잠깐 눈을 붙이려고 누웠다가 다시 이런 생각이 드니 잠을 잘 수가 없어 아내에게 쉬고 있으라 한 뒤 호텔 로비로 나왔다. 프론트에서는 그런 분은 안 오셨다고 하고, 아무리 둘러 봐도 안 계신다.

내가 너무 과민했나보다.
6시 20분 경 연회장으로 향하는데 로비를 들어서시는 아버지.
'역시 내 예감이 맞기는 했군.'

금산에서 버스로 대전으로, 또 기차로 부산으로, 부산에서는 배를 타고 하카타(博多)까지 오신 다음 다시 기차를 타고 기타큐슈까지 오셨단다. 마치 옆 마을에 마실 나오신 표정이다.
후쿠오카에 사는 친구가 호텔도 예약해 주었고, 우리가 챙겨드릴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하시는데 자식들 마음이야 어디 그런가…

아버지의 깜짝쇼에 모두들 반가워하며 여기가 객지라는 사실을 잠시 잊은 우리 회원들.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합동주회. 양 클럽 회장의 인사말씀과 스가 전 총재의 치사.

특별히 스가 전 총재는 우리의 공연에 감동받았고, 신와원에 입원한 지 6개월 되는 할머니가 계셨는데, 그동안 한 번도 웃으신 적이 없었단다.

그런데 우리의 공연을 보며 웃으시는 것을 처음 보았기 때문에 당신은 우리에게 눈물이 나도록 고맙다는 말씀을 하셔서 우리를 감동시켰다.

사회자가 100세를 넘긴 할머니 한 분을 소개하는데 어떤 분인지 몰라 의아해 했는데, 히라이 이즈미(平井 泉)이라는 도바타 히가시 클럽의 창립회원의 영부인이신데, 남편은 3년 전에 돌아가셨지만 이렇게 큰 모임에는 며느리의 부축을 받으며 참석하신다고 한다.

며느리인 이라이 교코(平井 京子)여사는 돌아가신 남편을 대신해서 환영한다며 초콜렛, 일본과자, 양갱, 그리고 일본 특유의 작은 장신구 등을 선물로 주면서 우리를 환영해 주었다.

방문회장 인사말씀에 금산클럽의 박수일 前회장이 며칠 전에 돌아가셨는데, 건강하시다면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이 곳을 찾으셨을 것이라는 요지의 인사말씀을 하였더니 목도(默禱)라는 일본어를 우리말로 어떻게 발음하는지 묻고는 고 박수일 전회장에 대한 '묵념(默念)-우리 말로-'을 하겠다고 하여 일동을 잠시 숙연하게 만들었다.

이어 벌어진 만찬은 중국식 음식. 모두 입에 맞았고, 맛있었다.
내가 일본측 회원들에게 인삼주를 한 잔씩 돌리고, 맥주와 인삼주와 양주가 어울어지면서 두 클럽의 회원들 마음도 같이 섞이며 모두가 하나 된 분위기를 즐겼다.

아내는 도바타 히가시 클럽 나구라 마스오 회장의 영부인과 서로 통하지 않는 영어로 간신히, 그렇지만 재미있는 대화를 이어 나갔는데, 옆에서 듣기에 답답하고 아슬아슬한 마음이 들었지만 보기에는 참 좋았다.

낮에 있었던 공연을 비디오로 녹화했다가 다시 틀어서 같이 보며 즐거워했고, 사물놀이를 만찬장에서 다시 한 번 공연하자 분위기는 최고로 고조된다.
이어서 양국 가수들이 총 출동한 노래대결.

이렇게 9시가 되었고, 공식 일정은 끝이 났다.
그런데 이미 최고로 오른 흥을 깰 수가 없다 하여 스카이라운지로 옮겨 2차가 시작되었고, 10시 30분이 되어서야 그 불은 꺼지기 시작했다.

일행과 헤어져 숙소로 돌아오니 한잔 더 하자는 최찬열 원장의 유혹.
뿌리치고 잠들고 나니 아침에는 상쾌한 마음으로 체력이 회복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11월 21일 새벽 조깅은 포기하고 8시에 아침식사. 9시 출발.

어제 밤에 숙소로 가셨던 아버지께서 아침 식사에 맞추어 아침은 드셨다면서 나타나셨다. 자식된 도리로 아버지를 챙겨 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지만, 아버지에게는 젊어서 일본과 무역을 하시던 시절의 일본측 근거지가 바로 후쿠오카였기 때문에, 큐슈 지방 여행은 마치 우리가 옆 마을 마실 가듯 하시는 분이고, 나로서는 큐슈지역 방문이 두 번째 여행이기 때문에 아버지께 신세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할 처지라고 자위해야 했다.

바타 히가시 클럽에서 나구라 마스오(名倉万壽夫)회장과 이노우에 히로시(井上 博司) 국제봉사 위원장, 그리고 미나미 요시카츠(南 芳勝)씨가 호텔까지 나오셔서 하시는 말씀이 키타큐슈 지역에서의 관광에 들어가는 입장권과 점심은 당신들이 준비하겠으니 우리에게는 편안하게 관광만 하라는 배려를 해주겠단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아버지를 포함한 우리 일행은 예정대로 고쿠라(小倉)성과 마쓰모토 세이초(松本淸張) 기념관, 그리고 전통 일본식 정원인 고쿠라 정원을 차례로 들렀는데, 이 세 군데의 패키지 상품을 권유한 것은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에 회원들의 반응이 시원치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도 그런 대로 만족해 주어 고마웠다.

예정에 있던 물환경관은 2년 전에 들렀을 때와는 달리 물이 깨끗지 않고 내부도 시원치 않다고 하여 건너 뛰고 바로 자연사박물관으로 직행하였는데, 미국이나 다른 지역에 있는 최고의 자연사 박물관보다는 못한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시설도 사실 보기가 힘들고, 처음 본 회원들이 '아이들을 데려왔어야 하는데 안타깝다'는 말로 만족감을 표시해 주었다.

막 관광을 마치고 나오는데 도바타 히가시 회원들은 이제 우리가 유후인(湯布院)으로 향한 먼 여행을 해야 하는데, 식사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버스 안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하겠다는 말을 듣고 회원 중 도바타에서 하마초라는 큰 음식점을 운영하시는 아즈마 가츠히코(東 克彦)씨에게 부탁해서 도시락을 마련했단다.

여기에서 이들 일행과 작별을 고하고, 아버지께서도 후쿠오카에 있는 친구를 만나시겠다면서 도바타 히가시클럽 회원들에게 키타큐슈 시내까지 태워줄 수 있는지 여쭤보니 가능하다고 하므로 같이 헤어지게 되었다.

연세로는 걱정이 되지만, 워낙 일본을 잘 아시는 분이니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보내드릴 수밖에 없었다.
운행 중인 버스에서 도시락을 열어 본 우리는 너무나 놀랐다.

일본을 여행해 본 사람들은 모두 느꼈겠지만, 일반적으로 일본에서 먹는 도시락이란 것이 내용물이 그리 좋지 않다. 그런데 이 도시락은 그 내용물의 질과 양에서 대단한 것이어서 일행들 중 어떤 이가 '적어도 3천엔은 넘겠다'고 하자 모두 동의했을 정도였다.

나중에 들은 얘기이지만, 음식점을 하시는 아즈마 가츠히코(東 克彦)회원이 원래는 3천엔을 받는 식사를 천엔만 받고 싸주었다는 것이다.
그럼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