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많은 만큼이나 골이 깊고 또 물도 많은 고장 금산은 인삼·약초와 함께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고장이다. 면적으로는 대전광역시보다 더 넓은 지역에 6만도 안 되는 사람들이 살고 있기에 금산은 어디를 가나 자연이고 공원이다. 사람들도 자연을 닮아 심성이 곱고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기에 스스로 배워 익히며 즐기고 있어 금산문화원은 다른 지역의 문화원과 견주어 전혀 손색없는 문화 활동을 하고 있다. 맑은 공기와 맑은 물을 마시기에 마음도 맑아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금산읍에 살고 있는 나는 아무리 눌러도 나오는 배를 다스리기 위해 산안동산을 걷거나 황풍리 자전거도로에서 자전거를 탄다. 산안동산은 약 1000만 ㎡의 산골에 봄에 피는 꽃만 심어 놓았기에 봄에는 봄꽃잔치로 전국의 행락객을 끌어들이는 곳이지만 봄이 지나면 사람 구경이 어려울 정도로 한적한 곳이다. 나는 친구들에게 산안동산을 구경시켜 주면서 ‘내 집 정원’이라고 자랑한다. 그 넓은 아름다운 터에 오직 나 혼자만 남아 있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 땅이 내 소유가 아니라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고 자연과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만 모여 있다면 산안동산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 주인일 것이기 때문이다. 비 온 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자전거를 타는 기분을 맛본다면 누구나 금산에 살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황풍리 자전거도로는 두어 시간 자전거로 노닐어도 사람 몇 명 만나기 어렵다. 물이 맑고 다리 밑을 지나는 바람이 너무 좋아 요즘과 같은 피서철에는 너무 많은 사람이 몰리는 바람에 분위기가 달라지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 아름다운 두 자연에 ‘사람들 때문에’ 옥에 티가 있다. 산안동산에는 봄이 되면 나물 캐러 오는 도시인들로 몸살을 앓는다. 간단한 도구나 가위라도 갖고 와서 산나물만 캐 가면 누가 뭐라 하겠는가? 달랑 비닐봉지 몇 개 들고 놀러 와서 나물을 뿌리째 뽑아간다. 이들 ‘산나물 서리꾼’들이 지나간 아름다운 봄꽃 동산은 흙이 패어 흉한 모습으로 바뀐다. 옛날과 같이 보릿고개에 나물죽이라도 먹어야 연명이 되는 세상도 아닐 텐데 당장 먹을 한 주먹 나물만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배낭 한가득 채워간다.

황풍리 자전거도로에서는 간혹 쓰레기를 태우는 매캐한 냄새에 괴롭다. 공기가 신선하고 맑기에 더욱 비닐 태우는 연기를 맡기가 괴롭다. 농업용 비닐을 수거해 가는 제도도 있고, 심지어는 보상까지 조금은 해주는 모양인데 그냥 태워버린다. 그 연기가 바로 ‘다이옥신’ 덩어리라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다. 월남전에서 제초제로 쓰던 그 해로운 물질과 같은 것인 줄을 모르는 모양이다. 그 타고 남은 재가 빗물을 타고 강으로 흘러들어 가면 다시 농작물에 유입되고 우리가 먹는 물과 음식에도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다.

대전일보에서 금산 다락원에 멋진 잔치판을 벌였다. ‘금강 어제와 오늘’이란 제목의 사진전과 함께 벌인 금강 살리기 캠페인이다. 신수용 대전일보 사장은 “신문 몇 장 팔기 위한 일이 아니라 진정으로 금강을 살리는 것이 충청을 살리는 첫걸음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 확인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이완구 충남지사도 “금강이 장수에서 발원한다고는 하지만 강의 형태로 시작되는 지역은 바로 금산”이라고 했다. 변평섭 충남역사문화연구원장도 “금강은 금산에서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깨끗한 인삼이 아니면 누가 돈을 주고 사먹을 것인가’ 하는 당연한 얘기 때문에도 금산은 깨끗해야 한다. 금강의 상류이기에 금산이 깨끗해야 충청도가 깨끗하다. 깨끗한 금산을 위해 많은 분들이 애써 주는 만큼이나 금산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 씀씀이가 중요하다.

금산에는 금산환경을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애향운동’이라고 믿는 젊은 사람들이 모인 ‘금산환경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환경을 ‘파괴반대의 대상’이 아니라 홍보하고 공부해서 보존하고 발전시켜야 할 과제로 보고 있다. 해마다 환경의 날에 금산 지역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그린 금산, 골든벨을 울려라’라는 제목의 퀴즈대회도 열고 있다. 이런 뜻있는 주민들이 많은 금산은 언제까지나 청정할 것이고, ‘그린 충청’의 선봉에 설 것이다. 김호택<국제로타리 3680지구 총재·금산문화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