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신문 2004. 08. 19. 기고문]

-노인과 어린이에 대한 문제-
우리 금산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사회적인 문제점을 들라면 역시 인구감소와 인삼약초시장의 불경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문제는 금산의 미래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우리만의 힘으로는 풀기에는 힘들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보호받지 못하는 노인과 어린이들의 문제, 특히? ‘결손가정'에 대한 문제가 소리없이 커져 이제는 무시하지 못할 지경이 되었다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지금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운동」이 효과를 보고, 또 외국에서 신부(新婦)를 모셔오는 방법 등을 통해 농촌의 노총각 문제는 상당히 해결되었다고 보지만, 현재 우리 금산을 비롯한 농촌마을에서 가정이 깨지면서 부모가 따로, 혹은 같이 집을 나가 소년소녀가장이 되거나 늙으신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손자를 돌보는 가정을 발견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실정이 되었다.

-준하는 선천성 심장병입니다-
준하가 2002년 11월의 어느 날 세번째 아들로 태어날 때 늦동이 아들을 본 부모의 마음은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선산부인과에서 아기의 심장박동이 이상하다는 말을 듣고, 연세소아과에서 선천성 심장병으로 진단을 받게 되자 기쁨은 근심으로 바뀌게 되었다.

대전성모병원에서 ‘심실 및 심방중격결손'으로 진단받은 준하는 이제는 수술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되었지만, 준하 가정의 경제적 형편은 점점 어려워지게 되고, 급기야는 부모가 따로 가출하는 사태에 이르고 말았다.

다리가 불편해 잘 걷지도 못하는 할머니의 손에서 자라게 된 준하는 심장의 부담을 이기지 못해 여러 번 입원을 하게 되고, 지난 5월 경에는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정도로 심장의 상태가 악화되었다.

이 소식을 들은 많은 사람들이 팔을 걷고 나서게 되었고, 최근 몇 달간 김병수씨를 비롯한 준하 아버지의 친구들과 이병성 금산읍장을 비롯한 주변의 여러 사람들이 힘을 합친 데다가, 금산신문에서 꾸준히 기사화해준 캠페인 덕으로 준하가 드디어 지난 8월 9일에 심장수술을 받게 되었다.

수백만원의 기금이 모이고, 분당 네이브키즈소아과의 심장전문의인 이종균박사가 무료로 수술전 검사를 해주고, 세브란스병원 심혈관센터의 소아심장파트에서 국내 최고의 실력과 경륜을 자랑하는 박영환교수가 집도하여 드디어 준하의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수술한 바로 다음 날 중환자실에 있는 준하를 내가 문병갔을 때 준하는 할머니가 떠먹이는 죽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항상 퍼렇던 입술은 이제 핑크빛으로 예쁜 색을 띠고 있었고, 심장수술이라는 대수술을 받은지 하루밖에 되지 않은 아이의 얼굴이 그렇게 편해보일 수가 없었는데, 이 어린 것이 그동안 심장병으로 얼마나 고통을 받았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것 같아 코끝이 찡해지는 것이었다.

이제 준하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 속에서 밝게 자랄 것이지만, 신체적으로, 또 가정적으로 어려운 인생을 출발하는 모든 결손가정의 아이들에게 주위의 따뜻한 마음의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준하 자신이 커가면서 그런 애정을 이해하고, 스스로가 더욱 노력하는 자세를 보여준다면 더욱 고마울 것이다.

-비록 우승은 못했지만 희망이 있다-
가까운 일본에서 일어난 일인데, 고치(高知)현이란 시골에 있는 3류 경마장이 일본사람들에게 한동안 화제의 중심이 된 일이 있었다.

관심의 표적은 오로지 ‘하루우라라'란 이름의 작고 늙은 경주마였는데, 경주를 시작한 이래 단 한번도 승리한 적이 없는 노쇠한 경주마가 과연 생애 첫 1승의 기록을 따낼 수 있을까 하는 관중들의 기대가 대단하다는 것이다.

경주마는 네 살을 전성기로 치니 여덟 살인 하루우라라는 은퇴할 나이라고 하는데, 발목은 가늘고, 몸집도 작고, 폐활량도 떨어지는데다가, 예민한 성격 탓에 레이스 전에는 여물을 먹일 수 없어 정작 경주에서 힘을 못 쓴다고 하니, 이 말은 애초에 ‘달리기는 틀린 말’이다.

그렇지만 이 말은 아주 성실하기에 관중들의 사랑을 받는다고 하는데, 이 하루우라라는 뒷심이 딸려 우승은 못해도 반드시 온 힘을 다해 전력질주를 하기 때문에 중간에 한 번은 치고 나간다고 한다.

60연패 무렵 ‘전패(全敗) 행진’ 중인 말 이야기가 경마 중계 아나운서에 의해 알려지면서 사람들은 이 말의 ‘1승’을 응원하기 시작했는데, 우승 가능성이 0%에 가까운 하루우라라를 위해 말기 암 투병환자, 명예퇴직 당한 직장인 등의 사람들은 기꺼이 마권을 샀다고 한다.

어쩌면 이들은 자신을 위해 경마장을 찾는지도 모르는 일이고, 하루우라라는 어느새 삶에 지친 사람들의 꿈과 희망이 되어 있었다.

7월 말 현재 112연패(敗)의 대기록(大記錄)을 세우는 것을 보면서 경마장을 떠나며 사람들은 말한다. “내일이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내일도 그곳에서 계속될 것이다. 삶이라는 희망찬 레이스가….

- 힘든 인생의 출발을 도와주자 -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하루우라라라는 말과 준하의 얼굴이 겹치는 느낌을 받았다.
이제 신체적인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앞으로 남은 많은 문제가 준하의 앞길에 놓여있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그렇지만, 이렇게 힘들게 시작한 인생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격려하고, 응원하고 또 도와준다면 준하 인생도 주변의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게 좋은 삶을 살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이번 기회에 다시 한 번 우리 주변을 둘러보고 서로 돕고 사는 금산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