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신문 2004. 08. 05. 기고문]

자신감과 우월감의 차이는?
두 단어는 비슷한 말 같지만, 전혀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우선 자신감에 대해 알아보자. 나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이것이 자신감일까? 그렇지 않다. 그것은 과대망상이다.

자신감이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믿고 받아들이는 의지와 태도'이고, 이 자신감이라는 감정은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예를 한 번 들어보자. 최근 학생들 사이에 성적을 비관하여 투신자살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들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학생들은 꼴찌를 한 애들일까?

그렇지 않다. 이들은 대개 2등에서 15등 사이의, 다시 말하자면 상당히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이다. 단지 스스로 열등하다고 믿었지만, 사실은 덜 ‘우월'한 학생들일 뿐이다. 이들은 다만 자신감이 없었던 아이들이고, 따라서 ‘열등한 것'과 ‘열등감을 느낀다는 것', 혹은 ‘우월한 것'과 우월하다고 느끼는 ‘우월감'은 전혀 다른 말이 되겠다.

다시 말해 ‘우월감'이란 속으로 다른 ‘열등감'을 감추고 있다고 해도 좋겠다. 다시 예를 든다면, 나와 같이 키가 작은 사람이 큰 사람을 바라보면서 ‘참 키가 크구나 좋겠다. 하지만 내 키가 작기는 하지만 이대로의 내가 좋다'고 생각한다면 ‘자신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작은 키에 키높이 구두를 신고 더 작은 친구들에 대해 자랑스런 마음을 갖는다면 그것은 ‘우월감'이 되겠다.

갑자기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린가 하겠지만, 나는 지난 7월 31일과 8월 1일에 금산의 ‘자신감'을 보았다.

올해의 금강민속축제는 이제 12살이 되었다고 하는데, 과거의 이벤트에 비해 유난히 축제의 완성도와 관객의 호응이 높다는 인상을 받았다.

물론 무지개 다리를 이용한 퍼포먼스가 대단히 독창적이고 극적인 요소를 갖고 있었고, 또 마지막 ‘농바우끄시기놀이'를 물잔치와 관객들이 한마음이 되도록 유도하는 등 과거와 조금 색다른 아이디어를 가미한 데다가 출연진의 수준도 매우 높았던 때문이 아닌가 한다.

다시 기회가 있으면 다른 출연진들에 대해서도 칭찬할 말이 많지만, 우선 중학생들로 구성된 ‘토리풍물패'에 대해 얘기해 보도록 하자.

토리라는 말은 동네마다 전해지는 기초적인 음악의 장단과 가락을 뜻하는 순수 우리말이라고 한다.
금산문화원의 안용산 사무국장이 이름을 지어주었다고 하니, 일단 확실한 검증을 받은 셈이어서 새삼 고증이 따로 필요할 것 같지는 않다.

이들 중학생들로 구성된 풍물패가 그동안 많은 연습을 하고 있고, 또 장호회장을 비롯한 많은 어른들의 헌신적인 뒷받침이 있다는 말을 들어오기는 했지만, 이들의 연주에는 나이를 잊게 하는 섬세함과 세련됨이 있었다.

첫 번째 나온 팀의 ‘삼도설장고가락'은 네명의 연주자가 네 개의 장고를 연주하는데, 그렇게 호흡이 잘 맞을 수가 없어 좋았다. 이어 15명이 북/꽹가리/장고/징의 사물을 들고 출연한 ‘삼도사물놀이'는 상쇠의 인도를 팀원 모두가 한 마음으로 이어 받아 15명이 마치 한 사람이 연주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고, 몸짓, 어깨짓, 고갯짓 하나가 그렇게도 멋들어진 모습을 하고 있어 재능과 연습량 모두가 대단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들을 지도해 준다는 네 분 선생님들로 이루어진 ‘삼도 사물놀이 선반'은 그야말로 ‘용장 밑에 약골 없다'는 말을 실감나게 하는 멋진 무대였다.

사실 사물놀이는 1978년에 생긴 한국전통타악연주 단체에서 자기네들 스스로 붙인 단체의 이름이기 때문에, 전통농악과는 구별되어야 한다.

사물놀이의 모태가 된 것은 ‘전문유랑예인집단'인 ‘남사당(男寺堂)'이고, 이들이 현대의 격동기를 거치면서 스러지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 몇몇 뜻있는 사람들이 만든 단체의 이름이 바로 “우리 풍물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꽹과리, 징, 장고, 북의 네 가지 악기를 가지고 놀이를 하는 두들소리패"라는 뜻의 [사물놀이]였기 때문에, 순수한 전통음악이라기 보다는 전통을 현대화하는데 성공한 훌륭한 예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게다가 ‘삼도설장고가락'의 삼도는 바로 충청, 호남, 그리고 영남을 일컫는 말이 아닌가?
이 삼도의 중심인 우리 금산에서 이런 농악과 사물놀이의 전통이 오래 전부터 일찍 꽃피운 것은 물론 당연한 일이겠고, 또 그 전통이 면면히 내려왔다는 말을 어른들에게서 듣기는 했었다.

하지만 요즘 와서는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그 끈이 조금은 가늘어진 안타까움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들 ‘토리패'의 선전이 어른들의 걱정을 깨끗이 날려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우리의 자녀들이 전통악기를 다루려고 노력한다는 것만으로도 금산의 어른들은 기뻐해야 마땅할 터인데, 게다가 열심히 연습하고, 재능도 풍부한데다, 훌륭한 선생님과 후원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 주변의 지원이 있다면 우리의 아이들은 장래가 기대되는 예술가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우리를 기쁘게 한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어려서 밥을 먹다가 조금 남기면 ‘농사짓는 사람들의 피땀흘린 노력을 헛되이 하려 한다'며 꿀밤을 맞던 기억이 난다.

사실 밥을 먹으면서 농사짓는 분들의 노고를 생각하기는 힘들 것이지만, 그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그 농산물은 없을 것이 틀림없겠다.

금강민속축제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옆에서 볼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 너무나 열심히 생각하고 몸으로 때우면서 조금이라도 좋은 축제, 즐거운 축제, 그리고 금산을 기억하게 할 축제를 만들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었다.

금산문화원의 안용산 사무국장을 비롯한 식구들, 금산군청의 박범인과장을 비롯한 문화관광과 직원들, 부리면의 많은 직원들과 주민 여러분, 그리고 많은 출연진과 스태프들…

우리는 이틀동안 즐기면 그만인 행사를 위해 그토록 땀을 흘린 이들에게 격려와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