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신문 2004. 07. 29. 기고문]

넌센스퀴즈 한가지.

우리 금산이 매스컴에 소개되는 가장 많은 경우는?
정답은 인삼과 약초가 아니라 날씨이다. 너무 덥거나, 너무 춥거나, 비나 눈이 많이 오는 경우에 금산이 TV에 나오는 경우가 가장 많기 때문이다.

지난 주에도 금산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비가 온 고장 중 하나로 소개되었다. 물론 많은 곳이 비피해를 입었다고 해서 안타까운 마음이지만, 그래도 심한 비에도 이 정도면 피해가 적은 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찾아온 무더위는 그야 말로 ‘장난이 아니다.' 며칠째 기승을 부리고 있고, 앞으로 도 8월 중순까지는 이런 무더위가 계속될 것이라고 하는데, 지형이 분지인 우리 금산은 더울 때 더 덥고, 추울 때 더 추운 법이라서 며칠 겪지도 않았음에도 얼마나 더울지 지레 겁 부터 난다.

오죽하면 ‘염소 뿔도 녹인다'는 대서가 지난 7월 22일이었으니, 지금부터 8월 초순까지는 20여일 더위에 녹아날 것이라는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하겠다.

그래도 우리 지역에는 한발짝만 나가면 들과 산과 내와 숲이 있어 한결 이 무더위를 견뎌내기가 수월하다. 수박 한덩이만 사가지고 온 가족이 조금만 나가면 시원한 여름의 정취를 맘껏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극장과 쇼핑센터에서 피서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삶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게다가 불경기라는 귀신은 어디에나 그 얼굴을 내밀어 무더위에도 참견을 하고 있는데, 본격적인 여름휴가 시즌이 됐지만 불경기의 여파로 휴가를 떠나지 못하는 이른바 ‘방콕족' (방에 콕 틀어박혀 지내는 사람을 가리키는 속어)이 늘고 있다는 우울한 소식도 들린다.

우리와 비슷한 지형을 갖고 있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계절이 되면 금산 만큼 매스컴에 자주 오르내리는 지방인 대구는 이미 지난 7월 22일의 아침 최저기온(최고기온이 아니다)이 섭씨 27.2도로 열대야의 기준인 섭씨 25도를 웃돌아 ‘찜통더위와 전쟁' 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대구 주민들은 더위를 피하기 위해 대형 할인매장과 찜질방, 도서관 등을 찾는 주민들이 늘고 있고 심지어는 에어컨을 쉽게 가동할 수 있는 승용차에 온 가족이 타고 야간 드라이브를 하는 이른바 ‘차캉스'를 즐기기도 한다고 하니, 역시 날씨에 관한 한 대구가 우리보다 한수 위인 것 같다.

우리는 그래도 사정이 나은 것이, 주변국 일본은 40도가 넘는 지방도 있고, 중국에서도 살인적인 더위로 많은 사람들이 큰 고생을 하고 있다고 하니, 이 정도 고생은 이겨나가야 할 것 같다.
물론 기상청에서는 그런 살인적 더위가 우리나라에도 오지말란 법은 없다고 겁을 주고 있기는 하지만…

이처럼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에 찜통더위가 나타나는 이유는 여름철 날씨의 특징을 나타내는 고기압의 세력이 어느 해보다 강하기 때문이라고 하니 누구를 탓할 수는 없는 일일 것이고, 우리나라에도 40도 가까운 더위는 50년에 한번 정도씩 있었다고 하는데, 마지막 더위가 10년전인 1994년이었으니, 앞으로 40년은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

작년에는 프랑스에서 살인적인 더위가 몰려와 젊은이들은 모두 피서를 나간 파리 시내에서 노인들이 더위를 못이기고 돌아가시는 우리 문화로 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불학무식한' 집안에서나 있을 수 있는 사건이 매스컴에 보도되었던 기억이 난다.

혹시 우리에게도 이런 그야말로 ‘살인적인' 무더위가 찾아온다면 이에 대한 대비책이 있어야 할 것이고, 이에 소방방재청은 “무더위도 ‘재난'에 포함시켜야 한다" 며 정부 차원에서 종합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하는데, 항상 무슨 큰 사건이 생기면 뒤처리하느라 뒷북만 열심히 쳐대는 것이 우리의 일반적 관행이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아주 신선한 발상이 아니가 싶다.

이들은 폭염에 대해서도 야외에서 일하는 농부와 노동자들의 안전을 고려해, 일정 온도가 되면 공사를 중지하도록 강제로 명령을 내리는 등의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우리 금산의 주 산업인 인삼경작자들에게도 아주 긴요한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여름이 중요한 농촌으로서는, 게다가 갑자기 쏟아지는 비가 삼밭을 망가뜨리는 일이 비일비재 한 우리 금산의 실정으로는 너무 더운 계절에 힘든 노동을 하는 것이 조금만 욕심을 내도 자신의 건강을 망가뜨리는 일이 쉽게 일어날 것이라는 예측을 우리는 모두 해야 하기 때문이다.

열대야를 이기고 편안한 잠을 이루는 요령도 있다고 하니 알아보고, 가능하면 따라해 보자.

(1) 우선 덥더라도 체온을 낮추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창문을 열어 충분한 환기를 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다. 에어컨을 이용할 경우 실내를 장시간 밀폐시키고 외부온도보다 너무 낮게 유지하면 두통과 피로감을 악화시키고 여름감기를 일으키는 냉방병에 걸리기 쉽다.
에어컨은 1시간 이상 가동하지 않는 것이 좋고, 선풍기 바람도 오랫동안 직접 쐬는 것은 피해야 한다.

(2) 그래도 안되면 샤워도 좋겠다. 처음에 찬물로 급한 더위를 식히고 나서는 미지근한 물로 오랫동안 샤워를 하는 것이 가장 생리적으로 자연스럽다. 하지만, 미지근한 물로 시작해 서서히 찬물로 바꾸는 방식으로 샤워를 하는 것도 체온을 내리는 데 효과적이다.

 (3) 초저녁에 30분 정도 가벼운 조깅이나 속보, 산책 등의 운동을 통해 약간 땀을 흘린 후 샤워를 하면 더욱 좋지만, 심한 운동은 오히려 체온을 상승시켜 더 힘들 수도 있기 때문에, 잠들기 2시간 이내에는 심한 운동은 삼가는 것이 좋다.

(4) 흥분을 일으키는 술, 커피, 콜라, 사이다, 홍차, 담배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수면제는 피로를 회복시켜주는 `편안한 잠'을 만들어주지 못하는 만큼 삼가야 한다.

그래도 8월15일쯤에는 더위가 슬슬 물러가고 늦더위는 없을 것 같다고도 하고, 생각하기도 싫은 작년의 매미나 루사 같은 초대형 태풍이 올해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니, 한 20일 고생해서 땀 좀 빼고 나면 시원한 가을이 올 것이라는 기대를 해보자.

그러고 보니 그 때쯤 되면 이제는 인삼제 준비하느라 땀 빼는 계절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