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신문 2005. 01. 20. 기고]

사랑과 화합을 위하여 (II)

우연히 어느 금산신문 애독자에게 우정어린 충고를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분은 보잘것 없는 나의 글을 읽고 직접 과거에 발표된 내용 중 몇개의 문구를 인용해가면서 격려와 질책을 같이 보내주셨습니다.

그 분의 지적대로 내용에 사람의 실명을 게재하는 것에 대해 더욱 신중을 기해서 혹시라도 다른 사람의 명예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도록 조심하도록 하겠습니다.

혹시라도 제 글에 문제가 있거나 고쳐야 할 일이 있다면 언제라도 금산신문(인터넷 주소창에 한글로 『금산신문』을 치면 연결됩니다) 독자게시판을 통해 가르침을 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요즘 금산의 걱정거리 중 하나인 공직자 구속사건의 회오리가 아무래도 빨리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

구속된 분들의 공판이 열리면 어느 정도 마무리작업에 들어가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가 생각 같지 않은 모양이다.

금산이라는 이 작은 마을 같은 도시.
6만의 인구가 모여 살고 있고, 한 다리만 건너면 모두가 알게 되는 고장에서 웃으며 서로 이해하면서 살아야 마땅할 것 같은데, 그렇지 못한 현실에 대한 답답한 마음에 다시 한 번 주의를 환기하기 위해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자 한다.

성경에서는 ‘태초에 하나님이 계셨다’고 말한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태초에 아무 것도 없던 시기가 있었고, 빅뱅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거대한 은하계는 만들어졌지만, 그 은하계마저도 우주 전체로 놓고 볼 때에는 1400억개로 추정되는 수많은 은하 중 아주 작은 세상의 티끌에 불과하고, 태초의 이전에 또 어떤 세상이 있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는 놀라운 진실을 밝혀냈다.

그리고 과학이 고도로 발달하면 아마도 하나님과 부처님이 사시는 하늘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종교는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런 엄청나고 위대한 진실을 밝혀낸 과학자들일수록 경이로운 자연의 세계에 감복한 나머지 오히려 신의 존재를 더 믿게 되어 일반인들보다 더욱 종교적이라는 사실은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다.

빅뱅으로 만들어진 100여가지의 원자들이 세상을 구성하고 있다는 것도 생각해보면 참으로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고, ‘나’라는 한 생명체가 여기에 존재하기 위해서는 각자 떠돌아다니던 엄청난 수의 원자들이 놀라울 정도로 협력적이고 정교한 방법으로 배열되어야 한다는 것도 정말 놀라운 우연이 아닐 수 없다.

사람 하나 하나마다 너무나도 특별하고 독특해서 과거에 존재한 적도 없었고, 앞으로도 존재하지 않을 유일한 배열일 것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겁’이란 말이 있다. 한 변이 15km인 정육면체 안에 겨자씨를 가득 채우고 100년마다 겨자씨 한 알씩을 꺼내는데, 겨자씨 전부를 다 꺼내도 끝나지 않는 세월이란 뜻이다.

 정말 인도와 중국사람들의 ‘뻥’은 대단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현대의 과학자들이 밝혀낸 바에 의하면 각설탕 하나의 부피(무게로 치면 1g이 조금 넘을 것이다)에 270억개의 10억배나 되는 분자(分子)가 있다고 하니, 우리 몸을 구성하는 원자(原子)의 숫자는 불가(佛家)의 상상력에 필적한다고 봐야 하겠다.

그 작은 입자들이 앞으로도 몇 년(혹은 몇십년)간 아무 불평없이 정교하고 협동적인 노력으로 나의 육체를 유지시켜 주어야 나는 살 수 있다. 내가 죽고 나면 나의 몸을 구성하던 원자들은 다시 재구성되어 누군가의 몸이나 무언가를 만드는 일부가 될 것이다.

나의 몸속에는 영국의 대문호 세익스피어(혹은 바라지는 않지만 히틀러나 폭군 진시황일 수도 있겠다)의 몸을 구성했던 원자들 중 수만개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고, 내가 죽으면 수 십년(내 몸에서 분해되었다가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데 수십년은 걸리는 것으로 계산이 나와 있다.

그러니 내가 아무리 원하더라도 레이건 대통령의 원자는 내 몸에 들어있지 않다)이 지나 태어나는 옆집 아이의 몸의 일부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화학적으로 볼 때 생명체는 놀라울 정도로 평범하다. 탄소, 수소, 산소, 질소와 약간의 칼슘, 또 소량의 황, 그리고 몇가지의 미량원소만으로 내 몸은 구성되어 있다. 모두 가까운 회사의 실험실, 하다 못해 동네 약국에서도 구할 수 있는 물질들이다.

나를 구성하고 있는 원자들의 유일한 특별한 점은 바로 나의 몸을 구성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생명의 신비인 것이다.

이렇게 우리가 사는 세상은 굳이 불교에서 주장하는 윤회(輪回)를 믿지 않더라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서로를 주고 받으며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결국의 섞이고야 말 존재들끼리 서로 질시하고 싸우며 살 필요는 없을 것이지만, 우리 모두는 인간인지라 ‘괜히 주는 것 없이 미울’ 수도 있고,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플’수도 있는 노릇이다.

그렇지만 금산과 같이 작은 마을에서 만이라도 서로를 이해하고 감싸주며 사이좋게 지내는 인간관계를 만들어볼 수는 없을까 하는 안타까움에서 괜히 술이나 한 잔 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혼자 건배를 외쳐보려 한다.

“사랑과 화합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