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신문 2004. 06. 12. 기고문]

현충일이던 지난 6월 6일에 발표된 중국산 불량 단무지로 만든 만두가 유통된 사건이 발
표된 다음 그 파장이 일파만파(一波萬波)로 커져 우리나라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쓰레기로 버려지는 단무지 자투리를 유명 식품업체에 만두의 재료로 납품한 악덕업자가
경찰에 적발된 것이다.

이러한 수법으로 이들이 납품한 만두소는 2천440t, 22억9천만원 어치에 달하며, 만두소의
재료 가운데 무가 차지하는 비율이 30% 정도라고 하니, 파는 만두를 먹은 사람들은 쓰레기
를 30% 먹은 것에 다름아니라는 생각을 하면 화가 치밀어 오르지 않을 수 없다.

이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치를 떨었고, 들끓는 국민들의 분노와 원성에 당황한 당국은
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까지 나서서 관련 업체들에 대한 처벌을 포함한 종합적인 대책을 발
표하며 민심을 달래려고 했지만, 아직 그 분노의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우리 금산과 연관도 있을 것으로 소문 난 CJ를 비롯한 많은 대기업들까지 이 파동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하니, 사태가 진정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고, 또 얼마나 많은 사
람들이 처벌을 받게될지 아직 감도 잡히지 않는 실정이다.

게다가 작년에 한국산 냉동만두 864t을 수입했으며 올해도 49차례에 걸쳐 437t을 수입했
던 일본에서 '쓰레기 만두' 소동과 관련하여 한국산 만두수입을 잠정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
다고 하니, 이제는 국제적인 망신이 되어 버렸고, 광주. 전남지역에서도 '불량 만두'가 유통
됐지만 현재는 완전히 소비돼 회수할 물량이 거의 없었다는 웃지 못할 사태까지 있었다고
한다.

한술 더 떠서 이번엔 유통기한 지난 중국 김치로 라면 스프를 만들어 유명 라면 제조업
체와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 납품한 업자들이 검찰에 적발되고, 또 중국산 농산물을 순국산
으로 속여 이유식 제조업체에 판매한 업체와 수입산 돼지고기를 섞은 돼지고기를 국산으로
둔갑시켜 판 식품업체도 있었다고 하니, 먹는 음식과 관련된 범죄는 가중처벌을 해서라도
뿌리 뽑아야 하겠다는 마음이 새삼 드는 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벼룩도 얼굴이 있다고, 한 불량만두소 제조업체의 대표는 "자신들도 잘못이 있지만, 정
부의 솜방망이 행정으로 국민은 수년간 쓰레기 만두를 먹어온 셈"이라며 당국을 강하게 성
토했다는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도 있었고, 시민단체들은 업자와 당국 모두를 상대로 소송
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지켜볼 일이다.

- 우리의 중국산 밀수 홍삼은? -

그렇다면 우리 금산 주민들은 이 사태를 강건너 불구경하듯이 남의 일로만 보아도 되는
것일까?

우리 금산의 경제를 이끌어가는 축이 인삼과 약초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드라마 '상도'의 인삼홍보효과는 정말 대단해서, 우리 지역은 최근 몇 년간 과거에는 상
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인삼은 물론, 인삼과 연관된 약초들의 가격과 판매량이 기하급수적
으로 증가하여 인삼과 약초업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의 입이 벌어지고 건강원이나 홍삼즙
을 제조하는 등의 인삼과 관련된 산업도 매우 활발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작년 12월 9일에 텔레비전에 방영된 가짜 홍삼 사건, 다시 말해 수삼을 증기에
찌지 않고 물에 삶아 사포닌 등 유효 성분들을 따로 뽑아낸 뒤 껍데기만 남은 수삼에 설탕
을 섞어 홍삼인 것처럼 속여 팔았고, 그것도 모자라 따로 뽑아낸 인삼농축액은 물엿과 절
반씩 섞은 뒤 진품인 것처럼 속여 판 사건은 우리 금산 주민들의 가슴을 비수로 찌르는 것
과 같은 아픔을 주었다.

심지어 일부 업체들은 함량 미달의 홍삼농축액에 기준치의 20배가 넘는 캐러멜 색소를
넣어 색깔까지 가짜로 만들었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 아닐 수 없다.

2003년 12월 22일에는 최근 중국에서 생산, 판매되는 인삼과 인삼가공 제품에서 BHC가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되어 관련제품 수입 때 정밀검사를 강화하기로 했다는 기사가 나와 며
칠 전 놀랐던 가슴을 다시 한 번 놀라게 하는 일도 있었다.

결정적으로 2004년 2월 9일 폭파사고가 났던 밀수 의심 컨테이너에서 억대의 중국산 한
약재가 발견된 사건은 우리 금산사람들의 가슴에 못을 박고야 말았다.

2004년 2월 16일에는 아예 과거 3년간 밀수된 인삼류의 통계까지 버젓이 발표되고 나니,
우리나라 사람들은 금산에서 파는 인삼이 모두 밀수된 중국산이라고 믿더라도 우리는 아무
할 말이 없게 되고 말았다.

지난 3년간 관세청이 적발한 인삼류 밀수 건수는 △2001년 46건(4억5000만원) △2002년
77건(14억4000만원) △2003년 104건(75억원)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는 공식 수입된 인삼이 미화 529만달러(약 63억4000만원)어치였기 때문에 밀
수 물량이 정식 수입 물량을 초과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하고, 조사팀은 말미에 "밀수가
모두 단속에 걸리는 것이 아닌 만큼 실제 음성적인 거래 규모는 단속실적보다도 훨씬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하니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비하면 국산 인삼류 수출액은 1990년 1억6500만달러에서 2002년 5500만달러로 줄었
다가 지난해에는 7200만달러로 다소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과거의 영화를 찾기에는 너무나
힘이 부치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는 결정적으로 2004년 4월 12일에 다시 중국산 홍삼 6톤을 밀수입해서 국내산으로
속여 판 조직이 잡히는 사건은 그렇지 않아도 꺼져 가는 금산경제에 쇠말뚝을 박는 역적행
위에 다름 아닌 일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이들은 금산에 창고를 만들어 놓고 이곳에서 포장을 다시 해서 고려인삼이라고
내다 팔았다고 한다.

작금의 국내 경제사정은 IMF 시절이 더 좋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을 정도로 극도로
침체되어 있는 것이 사실인 것 같다. 이런 시기에는 국민들이 지갑을 잘 열지 않기 때문에
건강식품의 소비는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고, 따라서 밀수홍삼사건이 아니더라도 우리 금
산의 경제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홍삼밀수사건은 작아져가는 금산경제라는 불꽃을 꺼버릴 수도 있는 메가톤급으로
심각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수많은 지난 세월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합쳐저 우리 금산은 인삼과 약초의 종주
지 자리를 차지했다. 이제는 금산과 인삼·약초는 떼서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한 몸이 되
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인삼·약초시장이 무너진다는 것은 우리 금산이 붕괴되
는 것에도 비유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정말 한 번이라도 이런 사건이 다시 재발한다면 우리 금산의 인삼·약초의 장래는 낙관
할 수 없는 사태에 이를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 해결책은 없을까? -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런 사건을 방지하고 국민들에게 금산의 인삼과 약초를 믿게 하
여 다시 우리 지역을 찾게 만들 수 있을까?

국가가 군청이 이런 일을 해줄 수 있을까?

나는 회의적이다. 이런 일은 우리 군민 스스로 해야 한다.

우선 인삼·약초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발분과 단결이 필수적이겠다. 이들이 나서 스스
로 정화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밀수인삼을 취급하는 사람들을 설득하고, 그도 안된다면 고
발까지 하겠다는 자세가 없다면 우리 지역에서조차 인삼·약초는 설 땅을 잃고, 금산사람들
조차도 우리의 인삼과 약초를 먹지 않는 끔찍한 상황조차 충분히 예상해야 한다.

주변의 금산 주민들은 이들의 용기를 북돋우고, 민과 관이 힘을 합쳐 이들의 가상한 노
력이 결실을 이루도록 격려하고 도와주어야 한다.

인삼·약초가 무너지면 우리 금산의 주민 모두가 같이 무너진다는 생각을 우리는 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들이 다시 만두를 먹기 시작하는 날이 언제일까'를 생각해 보고 한 번 잃은 신
용은 절대로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는 진실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