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신문 2004. 12. 16. 기고]

(3)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 공연을 통한 봉사

다시 버스에 올라타고 오후 2시경 다음 목적지이자 이번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인 공연을 해야 하는 신와원(일본 발음, 한자로는 親和院)에 도착했다.

이곳 신와원은 100여명의 노인들을 수용하는 일본식 노인복지시설인 개호요양시설(介護療養施設)로 우리로 치면 양로원과 노인병원의 중간쯤 되는 형태이다.

다시 말하자면 치매라든가 보행장애와 같은 약간의 신체적 질병을 가진 노인들을 수용하는 곳으로, 입원이 필요할 정도의 큰 병을 가진 분들은 수용이 어렵다고 했다.

이곳을 우리의 공연장소로 선택한 이유는 금산클럽에서 89세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가장 열심히 로타리활동에 참여하시는 금산클럽의 정신적 지주인 송전무 창립회장과 비견되는 도바타 히가시클럽의 전회장이자 2,700지구의 전 총재인 스가 마사아키(管 正明)씨가 이 요양병원의 이사장인 것이 인연이 되었기 때문이다.

스가 전 총재는 과거 수차례 상호방문에 참가하셨고, 금산클럽의 고병훈 전회장과 같은 나이에 같은 의사라는 동류의식을 가진 단아한 모습의 멋쟁이 노신사로, 평소의 태도와 말투에서 교양과 고매한 인격이 자연히 표출되어 절로 고개가 숙여지게 만드는 훌륭한 분이다.

그리고 송전무 창립회장께는 연배가 되는 같은 의사라는 이유로, 당신을 부르는 호칭 끝에 선배라는 말을 잊지 않는 그런 분이다.

의사로서 이런 요양시설을 둘러본 나의 첫 인상은 부러움이었다.
주택가에 자리잡은 신와원은 화려한 멋은 전혀 없지만, 단아한 3층짜리 건물로 들어서면서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젊은 직원들이 밝은 미소로 우리를 반겨 주는데, 이것 또한 우리에게는 없는 배워야 할 점이 아닐 수 없다.

대개 노인들만 계시는 곳은 표현하기 힘든 냄새가 있는 것이 보통인데, 이 곳은 100명이 넘는 노인들을 모시고 있으면서도 그런 냄새를 맡기는 커녕 너무나 깨끗한 공기를 유지하고 있어서 특별히 오늘만 이렇게 청소를 열심히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조차 들 정도였다.

나이 드신 노인들의 모습에서도 꾀죄죄한 모습은 찾아볼 수도 없고 모두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담담한 모습으로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또 한 번 부러움을 느꼈다.

송전무 창립회장, 고병훈/김동원 전회장과 함께 이사장실에서 스가 전 총재와 담소를 나누면서 이 시설에 들어오려면 비용이 얼마나 드는가 하고 여쭤 보았더니 총 비용이 한달에 30만엔 정도 드는데, 90%는 국가 보조이고, 본인은 3만엔 정도만 부담하면 되지만, 요즘 일본도 경기가 너무 좋지 않아 그 3만엔도 내기 힘들어하는 분들이 너무 많다고 안타까워 하신다.

일본의 물가사정을 볼 때 이 정도의 비용이라면 정말 염가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우리도 같이 겪고 있는 '불경기'란 놈은 국경을 초월해 여러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나 보다.

대화 도중 공연 준비가 다 되었다는 전갈을 받고 우리는 공연장으로 향했다.
이 건물 3층에 150-200평 가량의 강당을 만들어 놓았는데, 오늘의 공연을 위해 무대까지 만들어 놓았다고 한다.

스가 이사장의 인사말씀에 이어 사물놀이팀의 시작을 알리는 짧은 공연이 끝나면서 무대에 올라 내가 회장으로서 인사를 할 차례이다.

'우리를 먼저 소개하고, 재주는 미흡하지만 한달간 열심히 연습한 결과를 펼쳐 보이려고 하니 실수가 있더라도 이해해 달라'는 요지의 짧은 인사를 했고, 동선관광의 최인식부장이 통역을 해 주었다.

올라간 김에 내가 첫 순서.
이동원의 '향수'를 내 딴에는 멋지게 불렀는데, 노래방에서 부르던 것과 영 딴판이다.

우선 무대에 많은 분들이 보고 있다는 긴장감에다 평소에는 술 한잔 걸치고 부르던 노래를 말똥말똥한 정신에 부르려니 긴장이 되고 고음이 잘 올라가지 않는 것 같다.

두 번째 황승영 총무의 '사모곡', 김동원 전회장은 기획공연으로 한국과 일본의 대표적 효녀를 노래한 곡들을 비교해 불러 보겠다며 많은 연습을 하셨는데, 오늘 그 진가를 보였다.

한국곡으로는 '효녀 심청', 일본 곡으로는 이노미야 긴지로(二宮金次郞).- 김동원 전회장은 유창한 일본어로 청중들에게 당신의 취지를 설명하고 많은 박수를 받으셨다.

일본말을 잘 한다는 것이 이렇게 부러웠던 적이 없었다. 나도 일본어를 배워야지…
정해천 회원은 '사랑은 아무나 하나'를 연습했다는 사람이 즉석에서 분위기에 맞지 않는다며 갑자기 곡목을 '어머니'로 바꾸겠단다.

최찬열위원장의 영부인 최정숙여사는 막내답게 '남행열차'로 흥을 돋우고, 이제 드디어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사물놀이.

상쇠에 김범수 간사, 징에 김동원 전회장, 북에 김현수 클럽봉사위원장과 임종진 송리더, 장고에 김미자 여사(김석곤 국제봉사위원장 영부인)와 송기숙씨(송전무 창립회장 영애)의 6명이 펼치는 하모니와 일치된 리듬은 좌중을 사로잡았다.

마지막으로 금산의 명물인 인삼으로 만든 '홍삼캔디' 한 박스를 노인들에게, 그리고 배용준씨의 사진이 들어간 기념품을 직원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신와원 측에서는 답례로 크고 예쁜 나무박스에 감사장을 담아 주었고, 금산의 우리 회원들에게 나누어 주라며 일본식 디자인의 지갑을 수십개 주었다.

이리 하여 우리의 공연은 성공. 대성공.
스가 전 총재도 좋아하시고 많은 노인들이 찾아 오셔서 '고맙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이제 마지막 기념촬영 후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를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