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신문 2005. 01. 13. 기고]

(6) 벳부와 아소산

우선 벳부 지역의 소위 지옥(地獄)이라는 것들을 구경하는데, 먼저 유황을 생산하는 곳이라는 탕의 동네(湯 里 露天風呂)라는 곳에 들렀다.

별게 다 관광자원이 되는구나 싶게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은 곳을 보면서 유황을 가루로, 약으로 만든 여러 제품들을 구경하고 버스로 돌아오는 중에 재미있는 일이 생겼다.

우리가 버스에서 내릴 때 이 곳 사진사가 몰래 우리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서 이 지역의 그림엽서에 인화한 다음 한 장에 500엔씩에 팔겠다고 전시해 놓은 것이다.

아이디어가 감탄스럽기는 하지만, 내 얼굴이 몰래 찍혔다는 것이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아 그냥 버스에 올랐는데, 김동원 전회장께서 유창한 일본어로 쇼부(일본이니까 그냥 이상한 말이라도 눈감아 주기 바란다)를 쳐서 우리 일행의 사진을 몽땅 사는 조건으로 10장에 1,000엔으로 흥정을 하신 것이다.

동남아시아도, 중국도 아닌 일본에서 이런 일이 가능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가 그 얘기를 들으니 속았다는 느낌보다는 왠지 통쾌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해지옥(海地獄)이니 산지옥(山地獄)이니 피지옥(血地獄)이니 하는 이름만 무서운 여러 지옥들을 둘러보고 나오는데 회원 몇 분이 일본의 성(性)박물관이 이곳에 있으니 한 번 보면 어떠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즉석으로 찾아간 곳은 일본 민족전시관이란 팻말을 붙여 놓았다. 자세히 보니 벳부(別府) 비보관(秘寶館)이라는 작은 간판이 붙어 있는데, 이 이름은 성박물관의 이미지가 느껴진다.

잠시 생각에 잠긴다.
'성박물관을 민족전시관으로 이름 붙인 까닭은 무엇일까? '

그래서 내린 결론은 참으로 일본인들은 sex에 관한 한 상당히 관대한 모양이거나 아니면 미개인들이 sex와 종족의 번식, 그리고 번영을 같이 한 자리에 놓고 생각했던 습성을 아직 버리지 못했거나…

다 보고 나니 1,000엔이라는 입장료가 조금 아깝기는 했지만, 안 보고 찜찜해 하는 것보다는 보고 실망하는 것이 낫다는 평소의 신조대로 행동했다는 위안이 들었다.
물론 바로 옆에 있는 악어사육장은 아직도 안 보길 잘 했다는 생각이고…

이제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아소산으로 향할 차례이다.
버스만 출발하면 뒷자리에서 술잔을 돌리던 회원들도 지쳤는지 잔 돌리는 빈도와 시간이 줄어들면서 대신 잠을 청하는 회원들이 많아졌다.

아소산으로 가는 길에 휴게소에서 쇠고기 전골과 비슷한 음식으로 식사를 하고, 오늘 아침에 들은 내용을 종합해 보니 겁나는 얘기들뿐이다.

날씨가 좋지 않거나 바람의 방향이 맞지 않으면 아소산에 들어갈 수 없다는 둥, 혹시 긴급대피 지시가 내려지면 빠른 동작으로 지시에 따라야 한다는 둥, 어떤 학생이 미적거리다가 유황가스에 중독되어 입원을 했다는 둥……

어찌 됐든 간에 로프웨이(케이블카라는 말은 옳은 표현이 아니란다)를 타고 올라가 아소산 분화구와 고인 맑은 물(사실은 잘 안 보였지만, 벌거 벗은 임금님 신세가 되지 않으려고 잘 보이는 것처럼 시치미 떼고 있었다)을 보고 또 사진도 찍었다.

장용선 회원은 영부인을 동반하지 않은 죄로 전속 사진사로 등록을 했는데, 어디서 임자 없는 사다리를 하나 확보하더니 그 사다리에서 내려올 생각을 않는다.

분화구와 사람의 얼굴이 조화를 이루려면 높은 곳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 좋기 때문에 그 사다리는 사진 찍는 데 필요한 도구였고, 경쟁자들이 많으니 우리 회원들을 다 찍을 때까지 내려올 수가 없었다고 한다.

걸어서 내려 오는 길에 가장 빠른 걸음을 보인 분은 역시 89세의 송전무 창립회장님.
박수!!!!! 지금 같은 기운으로 건강하게 만수무강하세요.
원숭이학교에서 본 원숭이의 묘기는 기대 이하였다.

심지어는 졸음이 와서 참느라 혼났을 정도. 가이드에게 투덜댔더니 조련사와 원숭이를 묶어 한 팀이 되는데, 10여 팀이 있단다. 그 중 한 팀이 가장 잘 하는데, 오늘 한 친구는 조금 재미가 없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