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산신문 2004. 06. 08. 기고문]

금산고등학교에 인터랙트라는 청소년 로타리클럽이 있다.

자주 참석하지는 못하지만, 간혹 그들의 집회에 나가 가끔 덕담도 해주기도 하고, 그들의 토론과정을 지켜보기도 하는데, 아직 미숙한 점이 눈에 띠기는 하지만, 학생의 신분으로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하고자 하는 자세를 세우고 나름대로 토론하고 또 실천하는 모습이 참으로 대견스럽기만 하다.

지난 6월 5일 3기 회장의 이취임식이 있었는데, 진료 일정 상 참석하여 축복해 주지 못한 것이 내내 마음에 걸린다.

이 기회에 청소년들이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하는지, 그리고 대부분의 집안에서 멀어진 부모와 자녀의 대화를 회복해야 하는지를 그들과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 보기로 하자.

우선 청소년들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각을 수정할 필요성에 대해 얘기해 보자. 청소년은 덜 자란 어른, 다시 말해 닭으로 치면 예쁜 병아리와 늠름한 수탉 사이의 못난 중닭이 아니라, 자신들 나름대로의 생각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는 인격체라는 사실을 우리 어른들은 종종 잊어버리게 된다.

이 글을 쓰는 나조차도 그러할 때가 있다는 것을 고백해야 하겠다.

 - 재미있는 얘기 하나.

영국이 미 대륙의 동부를 장악하고 있던 시절, 인디언 부족과의 협상 대표로 랭커스터협정에 참석했던 카나사테고는 인디언 대표에게 선심을 쓰기 위해 몇 명의 인디언 청년들을 영국으로 유학시켜서 공부하게 만들어 인디언 사회의 지도자로 키워주겠다고 제의를 했다.

이 권유를 받은 인디언의 대표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우리 부족의 젊은이 몇 명이 당신들이 세운 학교에서 공부한 적이 있다. 그들은 당신들의 학문을 공부하고 돌아왔지만 잘 달리지도 못했고, 숲 속에서 사는 방법도 몰랐으며, 추위와 배고픔을 이겨낼 줄도 몰랐다. 오두막을 짓는 법도, 사슴을 잡는 법도, 심지어는 우리 말도 제대로 할 줄 몰랐다.
그러니 이런 애들을 어디에 쓰겠는가. 당신들의 제의에는 감사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 대신 영국의 젊은이들을 우리에게 보내준다면 잘 가르쳐서 사람으로 만들어주고 싶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고 2000년 전 로마의 카이사르는 갈파하였다. 이  말을 가볍게 생각하면 간단하고 지나치기 쉬운 말이지만, 곰씹어 볼수록 그 속에 인간의 심리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이 함축되어 들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인디언도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본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로서는 당연한 말을 한 것이지만, 그런 고정된 생각으로는 현대의 복잡하게 변하는 세상에서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

이런 개념을 우리 자녀와의 관계에 대입시켜 보자. 우리들의 자녀와 관계해서는 어른들의 생각은 고정시키고 '나는 이렇게 성공, 혹은 안정된 생활을 만들었으니, 아빠의 인생을 살아온 방식이 가장 좋다. 다시 말해 살아보니 이것이 가장 좋더라. 그러니 다른 생각일랑 하지도 말고 무조건 너는 나를 따라오라'는 식의 사고는 자녀와의 단절만을 초래할 뿐이다.

부모는 자식에 대해 섭섭한 감정을 갖게 되고, 자식들은 나름대로 자신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에 대한 원망이 쌓이게 되어 처음에는 조금 벌어진 틈이 날이 갈수록 그 간격이 더욱 벌어져 결국에는 다시 합쳐지지 못할 지경에 이르는 것을 우리는 자주 보게 된다.

이렇게 되고 나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물론 모두에게 책임을 돌릴 수는 있겠지만, 결국 큰 몫은 어른들에게 떨어지게 되어 있다. 그리고 책임의 소재를 따지기 전에 모두에게 좋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른들이 자녀의 생각과 행동에 가까이 다가가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알아보려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고, 많은 공부와 인내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좋은 어른 노릇 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 청소년기의 특징

우선 청소년기의 특징에 대해 알아보자.

청소년기는 육체적 성장이 가장 활발한 시기로, 17∼18세가 되면 육체적으로 이미 성인의 문턱에 서게 되지만, 정신적 성숙은 아무래도 미흡할 뿐 더러 경제적으로도 어른들의 보호를 받아야만 하는 육체와 주변 여건의 불균형을 경험하는 시기이다. 따라서 이러한 불균형에서 오는 부조화는 청소년에게 불안과 갖가지 갈등을 안겨준다.

청소년기는 또한 질풍 노도의 시기라고도 하고, 회의의 시기라고도 한다.

청소년의 젊음은 이상을 세우고 무한한 가능성에 도전해야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젊은 청소년들의 기운을 입시에 매진하도록 강요할 수밖에 없다.

이런 소모전에 내몰린 청소년들은 더러는 반항도 하고, 또 더러는 절망도 하게 되는데, 그들이 내세우고 자신들의 뜻대로 세상을 바꾸어 나가기에는 너무나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다.

어른들의 주장에 순종하지 않을 거면 당연히 반항하게 되는데, 순진한 정의론과 단순한 논리만으로 무장한 그들은 자신의 이상과 논리에 어긋나는 기성 세대의 행동과 논리에 대하여 강하게 반발한다.

이러한 반발은 단순히 아무 필요 없는 소모적 행동이 아니라 주체적 자아로서 내가 내 인생의 존재 이유와 의미를 알아야겠다는 인간다운 자각의 시초인 것이다.

따라서 이럴 경우 기성 세대가 '너는 아직 어려서 모르니 어른이 되면 자연히 알게 된다.'는 식으로 납득할만한 설명도 없이 그들의 이상을 무시해 버리면 청소년들은 기성 세대와의 대화의 단절을 느끼고 고독감에 빠진다.

이렇게 되니 성인들이 청소년들을 무시하듯, 청소년들도 성인을 무시하고 자기네들의 독자적 문화를 주장하게 되는데, 청년 문화라든가 펑크족, 여피, 몸짱과 같은 새로운 말들이 자꾸 만들어지는 것도 이런 기성세대에 대한 반항, 내지는 회피의 한 방법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이러한 경향이 일시적이며 비정상적인 것을 이내 깨닫게 된다. 그들의 생각이 한편에 치우쳤고 다분히 감정과 욕망의 산물임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이 자신의 주체(主體)와 정체(正體)에 대해 고민하듯이 어른들도 끊임없이 사고하고 자녀들의 생각을 읽는 노력이 선행되지 않으면 그들을 이해할 수 없는 소위 세대차의 벽에서 헤어져 나올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