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신문 2004. 11. 11. 기고]

『금산·무주·영동 3도 합창축제』를 보고 

- 불화와 반목과 분열의 시대
우리는 틈만 나면 입으로는 상생을 외치면서 자신의 이해득실에 따라 친구도, 또 원수도 되면서 화합보다는 분열을 업으로 삼는 정치가들을 매일 매스컴에서 접하면서 그들을 '욕하면서 닮았다.'

이렇게 잘났다는 정치가들을 닮다 보니 우리 스스로도 자신도 모르게 규칙에 따라 경기를 벌이고 그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기보다는 이기면 '내가 잘해' 이긴 것이고, 졌다면 '심판의 편파적인 판정'과 '주최측의 농간'에 따라 진 것이라는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의 해석을 자연스럽게 하는 모습을 자주 발견하게 된다.

허긴 큰 일을 하시는 훌륭하신 장관과 국회의원들도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란 식의 말과 행동의 불일치를 스스럼없이 저지르고 있으니, 우리네 평민들이야 '잘난 분들도 저리 하는데, 우리같은 것들이야 내 이익에 따라 태도를 조금 바꿨기로서니 무에 잘못된 일일까?' 라고 생각한다고 해서 그리 잘못된 일이 아닐 지도 모르겠다.

이래저래 우리나라는 나이로, 성별로, 잘난 사람과 못난 사람으로, 갈기갈기 찢겨 패거리끼리 몰려 다니는 '개떼 문화'가 판치는 세상이 되었다.

언제까지나 이런 패거리로 분열되는 세상에서 마음 졸이며 불안한 하루하루를 살아야 할까?
누군가 일어나서 마음을 합치고, 따뜻한 마음을 나누면서 분열보다는 화합을, 반목보다는 이해하는 마음을 갖자고 큰 목소리로 외치는 사람은 없을까?

- 희망의 새싹은 도처에 있다
하지만 마음을 열고 우리 주변을 살피면서 사람들이 사는 모습들을 자세히 살펴 보면 그런 화합과 이해를 소중한 덕목으로 하는 세상을 만들어 보기 위해 애쓰는 수많은 새싹들을 우리는 발견할 수 있다.

지난 11월 5일 저녁에 다락원에서는 조금은 특별한 음악제가 열렸다. 이름 하여 『금산·무주·영동 3도 합창축제』가 그것인데, 충남, 충북, 그리고 전북의 인접한 고만고만한 산골마을 세 곳의 주민들이 한 장소에 모여 노래로 지역의 벽을 깨고 마음을 합치자는, 자못 신선하고 마을 즐거운 화합의 장(場)이 되었다.

깔끔한 회색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등장한 무주의 '반딧불여성합창단'은 비록 그 역사는 4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기교를 억제하고 화음이 잘 어울리는 담백하고 소박한 목소리로 세 곡의 노래를 불러 주었다.

개인적으로는 단장 김수연씨와 지휘자 최선영씨가 아이들을 데리고 연세소아과를 찾던 분이어서 구면이라는 것이 더욱 반가웠다.

우연의 일치인지 찬조출연한 대전 동구의 '고운매 합창단'과 영동의 '늘푸른합창단'은 유니폼의 색이 같았는데, 벨벳 칼라의 화려한 색상에 소매가 있고 없는 것으로 구별해야 했다.

전체적으로 '고운매합창단'은 연습량이 많은 탄탄한 실력을 보여주었고, '늘푸른합창단'은 릴릭한 목소리의 '보리밭'으로 시작, '고향의 노래'에서는 강한 파워를 보여주더니, 마무리 노래는 가벼운 리듬의 폴카풍(風)으로 깔끔한 무대를 선보였다.

찬조출연한 이영진씨의 소프라노 섹스폰도 훌륭하였고, 마지막 부분에서 마치 첼로를 손으로 뜯는 듯한 소리를 연출했는데, 어떤 방법이었는지 자세히 보지 못해 아쉬웠다.

하지만 정작 기가 막혔던 것은 바로 우리 금산의 '푸른빛합창단'이었다. 10명의 남자단원을 거느렸기 때문에, 마치 전투에 비유한다면 영동과 무주는 소총부대만 출전했지만, 금산에서는 기갑여단도 같이 출동한 것이라고 해도 좋겠다.

연습량이 충분했던 것 같았고, 단원 한사람 한사람마다 파워 넘치는 개인기에다가 노래마다 '꽃밭에서'는 소프라노 섹스폰을, 'Kumbaya'에서는 아프리카의 토속음악을, 그리고 재즈 풍의 'Oh happy day'에서는 드럼과 베이스기타를 이용하여 홈그라운드의 잇점을 너무나 살린 기막힌 무대를 연출하였다.

당연히 다락원 대공연장의 840석 자리를 채우다 못해 계단에까지 앉아있던 관객들도 열광하였고, 지휘자 유오종씨도 감격한 모습이 역력해 보여, 그야 말로 출연자와 관객이 하나 된 감동의 무대였다.

- 화합과 감동의 무대
모든 출연진이 함께 부른 '경복궁타령'과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은 80명이 넘는 인원의 대합창단이 한 목소리를 냈기에 더욱 웅장한 사운드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그야말로 화합과 상생의 무대를 연출한 것이다.

이런 화합과 감동이 비단 무대 위에서, 그리고 일시적으로 생겼다 사그라드는 해프닝이 아니라 이런 마음들이 커지고 전달되어 우리 모두가 서로를 위해주고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해주는 그런 살기 좋은 금산이 되기를 바래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