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신문 2004. 11. 04. 기고]

 - 하드웨어는 훌륭한 다락원

지난 10월 29일에 다락원의 개관식이 있었다.
지난 4월에 개원식을 하겠다고 계획을 세웠다가 차일 피일 미루면서 실제로 몇 달간 그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었지만, 이제 정식으로 다락원이 우리 금산군민들에게 신고식을 치른 것이다.

지난 몇 년간 다락원이 건립되는 과정에서 많은 좋고 나쁜 이야기들이 다락원을 중심으로 인구에 회자되었던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답답하다’ ‘좀 더 넓은 장소를 택할 것이지 금산의 입구를 가로막았다' ‘산자락을 더 까내는 한이 있더라도 여유있게 주차장을 만들 것이지, 요즘같이 차가 많은 시대에 손바닥만한 주차장으로 무슨 일을 하겠다는 것인가?'

많은 불평과 불만들이 있었고, 그런 말들이 아직 완전히 사그라들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런 말들이 많이 돌아다녔다는 것 자체가 우리 금산 군민들이 다락원(당시에는 이름이 군민회관이었다)에 대한 많은 기대를 갖고 있었다는 방증이 될 것이다.

하지만 완공된 다락원은 수많은 금산군민들의 마음을 달래 주었고, 그 효용도가 당분간은 더 이상의 시설이 필요 없을 정도로, 아니 6만의 인구가 사는 군단위에서는 다시는 만들 수 없을 정도로 그 시설이 방대한 것을 우리는 확인하고 있다.

주민들 사이에 하드웨어에 대한 불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금산이 서울이나 대전은 아닐진대, 더 이상의 욕심은 사실 과욕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 정작 중요한 것은 소프트웨어에 있다

다락원이 실제로 그 역할을 한지도 벌써 몇 달이 지났고, 이제는 금산이 자랑하는 명물 중 하나로 자리잡고 다락원, 특히 대공연장이 없던 시절에는 할 수 없었던 많은 일들을 이미 치러냈던 것이 사실이다.

우선 이미자씨의 공연이 성황리에 개최되었었고, 개막식 전야제에는 - 비록 소규모의 맛보기에 지나지 않기는 했지만 - 금산에서 오페라가, 그것도 그 유명한 작곡가 푸치니의 ‘토스카'와 '라 보엠'이 공연되는 믿지 못할 일도 있었다.

개막식에는 가야금의 명인으로 우리 국악계에 한 획을 그은 황병기교수가 직접 작곡하신 곡을 들고 나와 연주를 하는 바람에 수많은 국악을 애호하는 사람들을 감격하게 하기도 했다.
개막식 2-3일 전에는 ‘죽도록 달린다'라는 연극이 공연되기도 했다.

예술공연 외에도 전국 자치단체장 모임이라든가 향군창설기념식과 같은 큰 행사도 멋지게 치러냄으로써 다락원이 세계적인 규모는 곤란하겠지만, 웬만한 국제적인 행사까지도 치러낼 수 있는 컨벤션센터의 기능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해 주었다.

그렇지만 이제 개막식을 치렀듯이, 다락원이 할 일은 이제부터라고 해야 하겠다.
그리고 그 역할은 물론 우리 군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일이라야 한다.
군청에서 다락원을 하나의 과(課)로 인정하면서 직제개편을 단행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금산군에서도 다락원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행정의 우선순위에 두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매주 토요일 오후에는 ‘삶꽃문화마당'이 다락원 광장에서 열리고, 계속 무언가 새로운 문화활동을 우리 지역에 접목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모습들을 보면서, 앞으로 문화활동이 왕성한 금산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어 흐뭇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활동에서 군민들에 의해 지적된 몇가지 문제들 -‘어떤 행사가 언제 열린다는 것을 알 길이 없다' 라든가, 주민들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참여가 아닌 관 주도의 행사로 시작할 수밖에 없는 참여의식의 부족'과 같은- 을 보완해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락원 자체에서 적극적으로 주민들 속으로 파고 들어 같은 문화를 호흡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다락원에 회원제를 권유한다

그래서 나는 이런 권유를 다락원 담당자(군청이 아닌)에게 하고 싶다.
우리 금산의 행사가 있을 때마다 열심히 출연하는 ‘우금치' 공연단은 공연이 끝나면 으례 관객들의 e-mail과 휴대전화번호를 수집해 가서 그들의 다음 공연과 행사에 대한 안내문을 보내주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관객이 모여야 신명이 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테니, 스스로 나서서 관객을 확보하겠다는 노력이 돋보인다.
다락원에서도 적극적인 자세로 공연장을 찾는 금산군민들은 물론 모든 주민들을 대상으로 무료(혹은 저렴한 실비의 유료도 무방하겠다)회원제를 실시해서 e-mail과 휴대전화로 다음 일주일, 혹은 한달간의 일정을 광고해서 다락원의 고정관객을 확보해야 하겠다.

내가 아는 부산의 한 소아과의사는 재즈음악에 심취했다.
그는 자신만이 좋은 음악을 즐기는 것이 미안하다는 생각을 하더니 자비를 들여 재즈의 불모지였던 부산에 공연팀을 끌어들여 무료공연을 몇차례 열더니, 이제는 고정팬이 생겨서 입장료를 받아도 손해는 보지 않게 되었다고 좋아한다.

이렇게 되면 그 관객들 중 매니아가 나오고, 또 연주자가 나오는 것이 문화의 흐름이 되는 것이다.
문화란 그런 것이다.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이고, 내가 좋으면 남에게도 권하고 싶어지는 것이고, 결국은 우리 모두가 함께 즐기다 보면 전문가도 탄생하게 된다.

처음부터 대단한 걸작을 소화시키는 것 보다는 대중적이고, 이해하기가 쉬운 것부터 조금씩 발전시켜 나가다 보면 우리 금산은 대도시가 부럽지 않은 ‘문화농촌'이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 금산에서 이런 활동을 앞장서서 할 조직은 군청 문화관광과와 금산문화원과 그리고 다락원밖에 없기 때문에, 다락원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문화활동이 왕성한 금산을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