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신문 2004. 10. 14. 기고]

- 아득한 먼 옛날의 금산은 어떠했을까?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금산의 까마득한 과거는 어땠을까?
어떤 사람들이 살았고, 어떤 일이 있었으며, 어떤 어려움과 즐거움이 있었을까?

공식 기록에서 인정하는 금산의 과거는 『삼국사기』에 처음 나오지만, 기껏해야 본래 백제의 한 지역에 속했고, 지명이 진내군, 혹은 진잉을군이었다는 사실 정도를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내용뿐이다.

그 안에 선대를 살았던 사람의 체취와 발자국은 별로 없는 것이다.
그 뒤에 나온 『고려사』라든가 『세종실록지리지』, 혹은 『신증동국여지승람』과 같은 책에서도 조금 발전하기는 했지만 대동소이하다.

이래서 상상력과 역사적 진실을 합친 하나의 ‘소설'을 쓰게 된다.
금산이 언제부터 백제에 편입되었을까?

학자들에 의하면 아마도 근초고왕이 서기 369년에 낙동강 일대의 가야를 제압하고 전남 해안지방에 위치한 마한의 잔존세력마저 멸하던 시절, 당시의 백제로서는 '신나는 달밤'이었던 시절에 백제의 변방에 편입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역사에 글로 기록된 것은 『삼국사기』에 기록된 내용들, 즉 '동성왕 20년(서기 499년)에 사정성을 축조하고 한솔(백제시대 벼슬의 이름) 비타로 하여금 지키게 하였고, 3년후에는 탄현에 목책을 세우고 신라에 대비하였다'는 내용에서 비로소 사람 사는 냄새가 조금 나기 시작한다.
다시 말해 ‘신나는 달밤'이었던 시절에는 잘 나타나지 않던 금산이 130년 뒤에 백제가 나라의 존립마저 위협을 받을 정도로 어려운 시절에, '전쟁의 기운이 넘실대는 험악한 분위기'에서는 역사의 전면에 나타난 것이다.

-  산성(山城)이 금산의 살아있는 역사를 말해준다
물론 사정성이란 성이 금산에 있는 것은 아니고, 진산에서 대전으로 진입하는 요충지인 대전시 사정동에 있는 것이다. 인근의 보은에는 3년산성이, 옥천에는 굴산성이 있는데, 과연 금산에서는 아무런 일도 없었을까?

금산에 20개가 넘는 산성이 있다고 하고, 확인된 것만 해도 15개라고 하는데, 금산의 산성들은 우리의 조상들이 시간이 남아서 쌓아 놓은 것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우리 지역에 이렇게 성이 많았다는 것은 금산이 창과 칼이 부딪치고 말의 울음소리와 사람의 고함소리가 천지를 뒤흔드는 역사가 살아 꿈틀대는 현장이었다는 반증이 될 것이다.
이렇게 금산에 사람이 살았다는 냄새가 나는 첫 역사적 근거는 국가간 경계가 되는 ‘성'으로 나타난다.

여기에서 ‘탄현'이라는 장소의 위치가 과연 현재의 어디인가 하는 것은 물론 금산도 그 후보지 중의 하나로 인정되기는 하지만,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고 한다.

- 우리에게도 백령산성이 있다
지난 10월 7일에 다락원 소공연장에서는 ‘충청남도 역사문화원'이 주최한 『백제시대 금산과 백령산성의 조사성과』라는 긴 이름의 심포지엄이 열렸다.

남이면 역평리의 육백고지 위에 있는 오래된 산성이 있어 백령고개에 있는 성이라 하여 잠정적으로 백령산성이라고 불리웠는데, 이 성을 작년 봄부터 충남역사문화원에서 조사, 발굴하여 대단한 역사적 성과를 거두었고, 이 결과를 금산군민들에게 보고하는 자리였던 것이다.

나는 이 자리에서 평소에 갖고 있던 의문들, 금산의 까마득한 과거에 대한 역사적 증거가 낱낱이 밝혀지는 과정을 유명한 학자들이 풀어 설명해주는 재미있는 강의를 들었고, 우리가 사는 금산도 하늘에서 어느날 뚝 떨어진 역사의 사생아가 아니라 당당히 이 땅에서 긴 세월을 꿋꿋이 역사의 한 기둥을 받치고 있던 자랑스런 고장이라는 사실의 한 단초를 제공받게 되었다.

이 지식을 우리 금산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같이 알아야 할 것 같아 역사적, 혹은 고고학적 지식에 대한 능력이 모자라기는 하지만, 다음 주부터 같이 과거로 여행을 떠나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