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신문 2004. 09. 26. 기고]

금산의 일년 중 가장 큰 행사인 인삼제가 이제 열흘간의 성황 끝에 그 막을 내렸다.

나 개인적으로는 주현미씨의 공연을 보면서 ‘다음에 노래방에 가면 『추억으로 가는 당신』과 『사랑』을 연습해 보기로' 작정했고, 양희은씨의 공연에서는 젊은 시절 좋아했던 많은 노래들을 들으며 주책없이 큰 목소리로 따라 부르기도 하면서 ‘문화'를 맘껏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특히 저녁 8시의 공연은 매일 매일이 아주 수준높은 퍼포먼스였기에 금산에 살면서 접하기 힘든 문화적 욕구를 해소할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 고마움을 느꼈다.

동이 트기도 전부터 모여든 수많은 자원봉사자들과 공무원들의 청소봉사와 비를 맞아가며 작품들을 보호하느라 애쓰는 ‘웃는 얼굴 그리기'와 ‘인삼만화축제'의 관계자들의 고생도 보았고, 서로 어깨가 부딪혀 제대로 걷기가 힘들 정도로 길거리에 넘쳐 흐르는 인파의 행렬을 보면서 ‘우리 금산에서 이런 모습을 1년 내내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하였다.

멀리 사는 지인들을 이번 기회에 금산으로 초청하여 거리에서 인삼튀김을 같이 먹고, 인삼전시관의 아기자기한 꾸밈을 구경시켜 주는 재미도 좋았고, 몇달간 보지 못한 사람들을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나 인사를 나누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다.

주행사장에 친 커다란 철제 구조물은 아무리 비가 오고 태풍이 몰아쳐도 끄떡하지 않고 축제를 차질없이 진행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상징이었다.

마지막 행사인 웃음/건강/희망의 마당은 ‘천년의 사랑'으로 대표되는 화합과 놀라운 상징들로 가득찬 멋진 행사였다. 마지막 관례적인 행사가 지루한 감은 있었지만…

이 모든 즐거움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많은 사람들의 몇달간에 걸친 피땀어린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특히 공무원과 경찰관과 소방관과 군인들을 비롯한 수많은 공직자들의 노고가 돋보였고, 나는 지난 몇 달간 이들이 그토록 고생하고 힘들었던 만큼 보람과 자부심도 같이 갖게 되기를 빌고 싶다.

특별히 칭찬받아 마땅한 사람들은 바로 자원봉사자들이다. 인삼제라는 큰 행사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서 음지에서 가장 수고한 사람들은 아무래도 자원봉사자들일 것이기 때문인데, 급수, 안내, 청소, 통역 등 여러 분야에 걸쳐 하루에 500명이 넘는 금산사람들이 자원봉사에 나섰다고 하는 것이, 그리고 이들이 말없이 각 분야에서 맡은 바 소임을 다 하면서 봉사활동을 했다는 것이 인삼제의 성공적 개최를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란 아쉬움 -

세상 만사가 다 그렇겠지만 큰 행사를 치르고 나면 성취감보다 아쉬움이 더 남는 법이다.

특히 잘 해보려고 노력을 많이 한 일일수록 그런 느낌이 더한 법인데, 이번 24회 인삼제도 인삼법 개정 문제로 인삼시장의 분위기가 어수선한 가운데, 6연패 달성이라는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는 데다가 행사기간 중 반은 비를 맞으면서 치르는 등 많은 어려움을 딛고 이겨낸 행사이기 때문에 그 아쉬움이 다른 때 보다 더 클지도 모르겠다.

조금씩 생각해 보면 아쉬움이 더 많이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바로 주행사장 앞에 기념품을 파는 가게에서 눈에 확 띠는 물건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인삼제품이 아닌 기념품을 파는 곳이 너무 적었던 데다, 그 내용물도 너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물론 그런 기념품이 금산에서 단독으로 개발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너무 많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이제는 축제에 관련한 힘을 독창적인 디자인 개발에 쏟을 때도 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과거 지방마다, 다시 말해 아무나 축제를 시작하던 1990년대 초반에는 물론 주민들끼리 먹고 마시는 모임이면 동네 축제로서의 그 소임을 다 했겠지만, 지금의 축제는 실제적으로는 일종의 총칼 없는 지역간 전쟁이다.

승자와 패자가 분명히 나뉘고, 승자는 계속 자기 지역의 프리미엄을 즐기면서 더 잘 살게 되는반면에, 패자는 삶이 힘들어지고, 급기야는 고향을 등져야 할지도 모르는 그런 전쟁인 것이다.

이 전쟁의 목표는 영토확장이 아니라 좋은 이미지를 구축하고 이를 널리 알려 금산이 살기 좋고 먹기 좋고 놀기 좋은 장소로, 그래서 살고 싶은 고장으로 소문을 내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전쟁의 총칼은 바로 문화성과 독창성이고, 병사는 바로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인 셈인데, 우리는 금산인삼과 약초라는 천혜의 무기를 갖고 있고, 지난 수년간의 각고의 노력으로 축제의 노우하우를 터득한, 말하자면 축제의 선두주자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그 선두라는 것의 기실은 박빙의 리드(lead)에 지나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문화성과 독창성을 개발하는 노력을 게을리 한다면 언제든지 선두의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우리의 고민이고, 그리고 이것이 고생하는 줄 뻔히 알면서도 공직자들과 주민들에게 ‘더 열심히 노력하라'고 다그칠 수밖에 없는 이유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삼/약초를 이용한 다양한 이벤트를 개발하여 실전에 투입하고 있고, 그것으로 모자라 항상 실용적이고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실천에 옮기고 있기는 하지만, 주최측으로서는 좀 더 방문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할 수 있는 제품들을 개발하여 방문객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전하고 싶다.

 - 옥에 티는 있지만 -

금산군청 홈페이지에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먹거리에 대한 불만이 올라와 있었다.

한 네티즌은 ‘인삼에 관한 모든 마케팅은 훌륭했지만, 자신이 방문한 한 먹거리(간이)식당이 지저분하고 불친절한 데다, 도토리묵을 15,000원 이나 받는 등 가격은 곱절 비싸서 이미지를 구겼다'는 불쾌함을 표시하였다.

이에 군청 담당자는 ‘문제가 된 거리음식점은 군에서 운영하는 곳이 아니고 외지상인들이 토지를 임대하여 운영하는 곳이어서 행정력이 미치지 못했지만, 피해를 본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다시 한 번 지도단속을 철저히 하겠다'는 답변을 올리고 있다.

각설하고, 이번 인삼제도 우리 금산군민 모두의 땀이 어린 귀중한 행사였기에 우리 금산군민 모두에게 감사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조금 미흡한 점은 다시 반성하고 더욱 분발하자. 그리고 더욱 새로운 창의성과 문화성으로 무장하여 25회 인삼제는 더욱 내실있게 치르고, 내친 김에 2006년의 인삼엑스포에서는 정말 후회없는 멋진 승리(축제는 전쟁이니까)를 만들어 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