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신문 2004. 09. 02. 기고문]

요즘 금산의 가장 큰 이슈는 아무래도 인삼경작과 관련된 규제에 관한 것인 것 같다.

직접 인삼업을 생업으로 하지 않는 주민들은 들어도 이해가 잘 가지 않겠지만, 요지는 얼마 전부터 예고한 대로 완제품 인삼의 샘플을 검사해서 인삼경작에 사용한 농약이 잔류하고? 있는 것으로 검사결과가 나오면 전량을 폐기대상으로 하겠다는 그런 의미인 것 같다.

이렇게 충분한 설명도 없이 갑자기 시행하면 경작자들은 다 죽으라는 얘기냐는 경작자 측의 말도 일리가 있는 것 같고, 이미 오랜 동안 예고해 왔던 사안인데다가 소비자들이 건강을 위해 먹는 인삼에서 농약성분이 검출된다고 외면한다면 작은 이익 때문에 시장 전체가 망가질 것이라는 농림부 측의 말도 맞는 것 같아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에는 너무 어려운 문제이다.

부디 충분한 대화를 통해 서로 한발짝씩 물러나면서 합의점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 충발연의 강연요지 -
지난 8월 25일 오후에 다락원 소공연장에서는 흔하지 않은 행사가 열렸다.
‘신명과 기쁨이 넘치는 아주 특별한 심포지엄'이란 긴 이름의 모임이었는데, 이 모임의 주최측은 물론 금산군청이지만, 주관을 맡은 충남발전연구원(Chungnam Developmental Institute, CDI)은 충남지역의 싱크 탱크 역할을 하는 충청도의 가장 큰 연구기관으로 정평이 나 있는, 박사급 이상의 연구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고급단체이기 때문에 좀처럼 우리 금산과 같은 변방(?)에 와서 주민들을 상대로 강연을 하는 일이 없는 기관이다.

강연의 주제도 (1)신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금산군 특화전략 (2)경관관리 및 건축문화의 질 제고 방안 (3)금산의 환경친화적 발전방향과 전략의 세가지로, 우리 지역이 발전하는 계기와 그 방향을 알려주겠다는 뜻이 역력하기에, 나도 흥미를 갖고 토론자로 이 심포지엄에 참여를 하였다.

김용웅 CDI원장의 인사말 중에 중요한 말들이 많이 있었기에, 잠깐 이를 소개하겠다.
“이제 행정수도의 이전은 누가 뭐라 해도 돌이킬 수 없는 기정사실이며, 2007년부터 공사가 시작되고, 2012년에는 청와대가 이 지역으로 이사를 온다."

“21세기는 감성과 문화의 시대라고 하는데, 처음 금산을 둘러보고는 여기가 바로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적지라는 것을 알고 무릎을 쳤다."

“여기에 국가의 힘이 조금만 합쳐진다면 금산이야말로 미래의 모델이 될 것이다. 그런데 한가지 걱정되는 것은 이제 행정수도가 이전하면 개발수요가 폭증하면서 난개발의 폭풍이 이 지역에 몰아칠 것인데, 과연 금산이 그 폭풍에서도 이런 좋은 환경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법과 제도는 이를 모두 보호해주지 못한다. 이는 ‘우리의 땅 우리가 지킨다'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주인의식을 바탕에 깔고 있는 주민의 집단적 참여와 감시만이 지켜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노력이 선행된다면 금산은 ‘희망이 있는 땅, 국가의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땅'이 될 것이다."

부분적으로 우리 금산을 세세히 알고 한 얘기가 아니라, 많은 지식과 경륜에 얹혀 금산을 언뜻 바라본 모습이기에 전적으로 신용할 수는 없겠지만, 전체적으로는 나는 개인적으로? 김용웅원장의 견해에 동의한다.

우리 금산을 발전시키는 방법을 가르쳐준 세명 연사들의 강연 내용은 요약하자면 ‘장소판촉(Place marketing)'에 관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 장소판촉이라는 생소한 용어는 실제로는 우리가 우리 고장을 발전시키기 위해 정말 많은 일들을 이미 해왔던 것을 정리하는 말에 지나지 않고,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모든 지역에서 벌써부터 총성없는 전쟁상태에 접어든지 오래인 그런 상황인 것이다.
그럼 장소판촉이란 무엇인지부터 알아보도록 하자.

- 장소판촉이란 무엇인가? -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희망이 없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 방법인데, 요즘처럼 농촌지역의 발전이 어려운 시기가 역사상 그 유례(類例)를 찾기 힘들 정도로 세상이 농경과 산업사회를 거쳐 후기산업화사회로 변하면서 농촌도 구조조정의 회오리에 휘말리게 되었다.

근대화의 과정을 유식한 말로 표현한다면 ‘시간에 의한 공간의 대체'가 되겠다. 다시 말하자면 교통이 발달하면서 전국이 일일생활권을 넘어 반나절 생활권이 되고, 통신의 발달이 미국의 친지들과도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게 되었듯이, 시간과 장소의 구별이 사라지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이것이 결국 세계화, 글로벌화를 의미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석학 이어령교수는 “20세기의 개방이 집 문을 여는 국제화라면 21세기의 그것은 집의 담을 허무는 세계화이다"라는 간명한 구호로 표현한 바가 있는데, 이 세계화란 결국 사람들의 해외여행이 급증하고, 기술의 이동에 국경이 없어지면서, 돈과 매스컴과 온갖 통신수단들이 세계를 누비고 다닌다는 뜻이 되겠다.

이렇게 되면 대도시만이 살아남고, 중소도시는 대도시의 위성도시로서만 그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데다가, 소도읍은 그 존재의 가치가 없어지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렇게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소득계층의 부자와 빈자로 양극화되고, 더욱 중요한 것은 정보 엘리트 對 정보빈자(情報貧者)가 나뉘면서 정보 엘리트만이 강자로 등록되면서 주거지역도 양극화하게 된다.

결국 금산과 같은 시골은 정보 엘리트를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에, 세계화의 과정에서 뒤쳐져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는 태백 탄광과 같이 쇠락하는 마을이 될 것인가?

그렇지 않다. 그리고 그렇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그 방법은 장소판촉에서 찾아야 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에서 법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 정서'이고, 이들의 마음을 잡지 못한다면 정권도 살아남지 못할 정도이기 때문에, 만약 소비자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시장은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 지역이 어떻게 다시 태어날 수 있는지, 그리고 인삼시장이 시차를 두고서라도 소비자의 신뢰를 얻어야 하는지를 다음 주에 알아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