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농증에 걸리면 머리가 나빠진다?

이기수 | 국민일보 생활정보부 기자

방학 기간 중 지병을 치료하려는 사람들로 인해 지난 여름 각 병원 외래가 발 디딜 틈도 없이 복잡했다. 이들은 대개 학업 때문에 미뤄둔 수술을 받으려는 환자 가족들이다. 그중 눈에 띄는 곳은 이비인후과다. 축농증(만성부비동염)으로 학기중 머리가 아프고 집중이 잘 안되던 아이들이 수술을 받기 위해 줄지어 찾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자녀들의 건강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이 커진 이유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학동기 자녀를 둔 많은 부모들은 자녀들이 콧물을 자주 흘려 병원을 찾을 경우 혹시 단순 감기가 아니라 축농증 때문에 그러는 것이 아닌가,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닌가, 축농증은 완치가 가능한가 등의 질문을 의사에게 많이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교육적인 면으로 혹시 축농증이 심하면 머리가 나빠지고, 그로인해 공부하는데 지장이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축농증이 있으면 과연 머리가 나빠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축농증, 즉 부비동염이 있다고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머리가 점점 나빠져 학습에 지장을 받게 되지는 않는다. 몇몇 또래 친구들과 놀 때나 컴퓨터 게임 등과 같이 그들이 관심 있는 것을 하고 있을 때는 몇 시간이고 집중하는 경우를 보면 이를 쉽게 알 수 있다. 다만 잦은 코막힘과 고름성 콧물, 반복적인 기침 등은 또래들과 어울려 놀거나 학습하는 데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지나치면 정서불안 등의 행동장애의 한 원인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증상이 머리를 나쁘게 만든다는 연구결과는 아직 어디에도 없다.

부비동염은 안면부에 위치한 코 주위 부비동에 염증이 생기는 것으로 기간에 따라 급성, 아급성, 만성 부비동염으로 나눌 수 있고 우리가 흔히 축농증으로 부르는 만성부비동염은 만성적인 코막힘, 농성콧물, 코가래, 입 냄새, 기침, 두통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부비동은 그 구조상 비강과는 자연공이라는 작은 문을 통해 연결되어 있으나 감기나 알레르기성 비염 등으로 점막이 비후되거나, 구조적으로 코의 물혹이나 코뼈가 휘어진 경우 그 문이 좁아질 수 있고 이로 인해 부비동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아이들의 부비동염은 크게 두 가지 원칙에 입각,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코뼈 등 구조적인 문제를 바로잡는 것은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뼈의 성장이 끝나는 18세 이후로 미루는 것이 좋다. 그러나 알레르기성 비염 등으로 인해 축농증이 생길 우려가 높을 때는 원인 질환에 대한 치료를 서둘러야 한다. 그래야 머리가 나빠진다는 오해를 낳고 있는 집중력 저하 예방에 도움이 된다.